학회 공지사항
[중앙일보 비즈 칼럼] 제 역할 찾아야 할 동반성장위원회
관리자 2014-04-11 822
[비즈 칼럼] 제 역할 찾아야 할 동반성장위원회
[중앙일보] 입력 2014.04.11 00:02 / 수정 2014.04.11 00:02

최영홍
한국유통법학회장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논리의 취약성은 역량에 대한 불신을 넘어 조직의 존립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조직으로 유장하게 존속하려면 합당한 철학과 정연한 논리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최근에 동반위가 미국의 ‘볼커 룰’을 조직논리의 일부로 원용한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대형은행의 일부 상품 투자를 제한하는 볼커 룰은 실물경제가 아닌 금융경제에 관한 것이고, 그 목적도 중소업자가 아닌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어서 적합업종 제도와는 별로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에 대한 개입이 월권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동반위의 대응은 논리가 모호하다. 상생법 제32조는 중기적합업종의 신청 대상을 ①대기업 ②대기업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중소기업 ③대기업이 총 개업비용의 51/100 이상을 부담하는 점포로 한정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프랜차이즈가맹점은 대부분 영세 자영업자인 가맹 희망자가 개업비용을 부담하는 점포다. 따라서 프랜차이즈가맹점은 애당초 적합업종의 대상이 아니다. 동반위는 이처럼 초보적 법리마저 도외시한 채 ‘한국적 볼커 룰’이니 ‘민간자율’이니 하며 법치주의의 기본을 흐리고 있다.

 권한 없는 기관이 법률상 의무 없는 기업을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오라, 가라’ 하고 ‘합의하라, 마라’ 요구하는 것 자체가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임의동행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강제연행의 추억은 이런 식의 ‘자율’에서 ‘위협’을 느낀다. 이런 초법적 월권행위는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의 국격을 해칠 뿐이다.

 소비자의 선택권과 관련한 동반위의 논리도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동반위는 대기업의 진출로 골목상권이 획일화되면 다양화된 소비자의 선택이 좁아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상권이 다양해지려면 유명 브랜드 점포도 골목상권에 병존해야 한다. ‘무너지는 상권’을 살리기 위해 대기업의 진입을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시장의 실제상황과 다르다. 상권이 무너지는 것은 해당 상권에 매력적인 점포가 없어 소비자가 찾지 않기 때문이지, 매력 있는 점포들이 계속 들어서기 때문이 아니다. 또한 협력관계에 한정해서 사용해야 할 ‘상생’이란 용어를 경쟁관계에까지 동원하는 것도 부적절하다. ‘경쟁기업 간에 상생하라’는 것은 담합행위를 조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소비자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는 동반위의 행태는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에 위배된다. 중소상인을 보호하기 위해 소비자의 후생을 저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선진국에 동반위와 같은 조직이 없는 것도 바로 이런 원리 때문이다. 소비자를 해치는 법제를 주창하며 의로운 양 젠체하는 정치인이 없는 것도 각성된 국민이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관건은 국민의 각성이다. 기교적 분재로는 결코 울창한 삼림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언제나 규제의 분재농원(盆栽農園)에서 울창한 산업생태계의 숲을 꿈꾸는 연목구어(緣木求魚)에서 벗어날까.

<최영홍 한국유통법학회장·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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